우리 말이야. / 응.
연구소의 모두도 포함해서. / 응.
뭘 하고 싶었던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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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
나는 그런 말, 할 수 없는데, 비겁하네.
미안해. 그럼 평소대로 하자. / 응.
사랑해. / ……나도.
잘 가. /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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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껏 부유하고, 때로는 멈춰서는. 그건 자유와 도피, 그 사이 종이 한 장 차이. 그래도 나는 바랐다, 이 장소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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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네게 바친 마음에 후회도 거짓도 없어)
안다. 모른다. 알고 싶다. 알고 싶지 않다.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워. 무의식적으로 억압해 왔던 감정에는 이미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인생에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픈 마음. 이것은 단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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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것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당신은 이것을 이미 읽으셨나요? 당신이 읽으면 좋을 책이 있습니다. 당신이 알려주신 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책을 찾았습니다. 당신과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당신을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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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전부 「앎(知)」에게 바쳤어."
"그래도 아름답네"
그렇게 말하는 지수를 레이첼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지수는 밤새도록 바위에 앉아서, 숲을 가득 채운 푸른 먼지들을 보았다. 아름다움 외에는 아무 기능이 없는, 그러나 결국 제거되지 않은 푸른빛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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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저 쓰레기들이 거짓말을 했어! 그 여자들이 우릴 팔아넘겼다고. 나는 그 말을 믿을 뻔했어. 우리가 만난 거의 유일하게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말을 믿을 뻔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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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이 도무지 지구의 것 같지 않았다. 그보다는 외계의 풍경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모형 정원에 가까워 보였다. 마치 덩굴식물이 프림 빌리지를 완전히 잡아먹어서, 이곳을 저 기묘한 식물만이 자라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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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모든 이야기들이 막을 내리던 날,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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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늘 사람 눈이 닿지 않는 좁다란 샛길, 조금 벌어진 벽 틈으로 바깥의 빛이 새어 들어오는 장소였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인간은 그런 빛을 마지막으로 기대어 찾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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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밖에… 이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게 없는걸요, 저희들은."
어느 날엔 정말로 죽여버릴까, 죽이고 나면 이 마음에서 사라질까 싶어 좋은 방법을 떠올리다가도 달이 눈부시던 밤의 바람을 떠올리고 나면 가슴이 시려 할 수 없고, 또 어느 날은 그저 무작정 붙들어 사랑한다 고백하고 키스라도 할까 싶지만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방울 떠올라 그러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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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마음이다. 헛된 질투다. 허망한 사랑이고 치졸한 질시다.
그건 낭비야. 그렇게 아름다운데 왜 남자만 사랑하는거야?
서로 손을 맞대는 것이 순례자의 입맞춤이에요.
줄리엣, 나와 같은 이름 그대로 거기에 있어요. 그리고 당신으로 가득 차 있는 나를 가져요.
만약에 맹세를 하시려면 당신 자신을 걸고 하세요. 당신은 제가 숭배하는 유일한 신이니까.
파도는 바다가 달에 이끌리기 때문에 나타나고. 사랑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낭만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정말로 너희를 닮았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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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마스터라고 여기고 있어. 하지만 너희는 나를 구분해서 보는 모양이더군. 그렇다면…… 내가 너희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나는 여전히 '나'야. 자네들이라는 불순물이 섞여든 존재. 한 번쯤은 이 루프도 비틀릴 때가 있겠지. 그땐 기억 한 구석에 남겨두도록 해.